고르파의 생각들

비판적 시각은 당신을 좀먹는다

고르파 2023. 3. 28. 17:00

'비판적 시각을 가져라!'
'비판적 사고를 해라!'


많은 사람들이 하는 말이다. 심지어 유명 교수님전문가들 '비판적 시각'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곤 한다. 이쯤 되면 현시대에서 비판적 시각은 '멍청해지기 싫으면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 하는 개념' 정도로 여겨지는 듯싶다.


하지만 난 이런 말을 하고 싶다.


'당신이 그동안 경쟁자들보다 빠르게 성장하지 못했던 이유가 바로 '비판적인 시각' 때문이라고'


한번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 보자. 왜 사람들은 비판적인 시각이 좋다고 말하는 걸까. 왜 교수님들은 비판적인 사고를 그토록 강조하는 걸까.


비판적 사고의 정의부터 살펴보자.

비판적 사고 : 어떤 사태에 처했을 때 논리적으로 분석·평가·분류하는 사고과정. 즉, 객관적 증거에 비추어 사태를 비교·검토하고 인과관계를 명백히 하여 여기서 얻어진 판단에 따라 결론을 맺거나 행동하는 과정을 말한다.

간단하게 설명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어떤 것을 최대한 논리적이고 객관적으로 생각하는 것'


정의 그 자체만 들어보면 비판적 사고가 전혀 문제가 없는 개념이라고 생각하지 모른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우리들이 가지는 비판적 사고가 진짜 문제인 이유는 바로


평범한 사람들은!

애초에!

논리적이고 객관적으로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아예 이 부분을 따로 설명하는 인지 편향이라는 개념이 있다. 인간이 어떤 생각을 하거나 판단을 내릴 때 우리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오류들을 정리해 놓은 개념이다.


자기 합리화를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쉽다. 자기 합리화는 '자책감이나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자신이 한 행위를 정당화하는 일'을 뜻한다.

이를 좀 다른 시각에서 정의해 보면 다음과 같다.
'자신이 상처받기 싫어서 비논리적이고 감정적인 사고를 통해 자신을 보호하는 행위'


이처럼 인간의 뇌 속에 있는 각종 오류들, 즉 다시 말해 비논리적인 사고과정들을 설명해 놓은 개념이 바로 인지 편향이다.
(인지 편향은 클루지라고 불리기도 하고, 휴리스틱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인지편향의 종류는 자그마치 176개가 넘는다.
(인지 편향의 종류를 정리해 놓은 한 블로그 글)
우리는 매일매일 뇌 속에 들어있는 176가지의 잘못된 사고 과정들을 활용하여 '생각'이라는 것을 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는 때때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방어기제를 펼치고, 감정에 휩쓸린 잘못된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생각이 비논리적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오류도 매일같이 저지른다.


때문에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비판적인 사고, 비판적인 시각은 우리가 인간의 심리적 오류를 극복하지 못하는 이상 불가능한 개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에 수많은 오류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로' 비판적인 사고를 한다.


책을 읽으며, 강의를 들으며, 교수님의 말씀을 들으며 비판적인 사고를 한다.


여기서 바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본인이 비논리적으로 사고한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 사람이 비판적인 사고를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아는가?


남들의 조언과 행동에 대해 '본인의 기준대로 평가하곤 한다.'


'재는 저게 조금 아깝다.'
'이 책은 이 부분이 말이 안 되는 것 같은데?'
'이 강의를 만든 사람은 바보 같아...'


이런 생각을 가지며 사람들을 함부로 평가한다.
정작 자신은 인생에서 아무것도 이뤄놓은 것이 없다. 큰돈을 벌지도 못했고, 꿈을 성취하지도 못했다. 그런데도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책과 조언들을 '자신의 입맛대로' 평가한다.


적어도 우리가 읽는 '책'이란 것은 나름대로 전문가들이 쓴 글이다. 그들은 우리들보다 더 많은 경험과 지식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들의 시답잖은 배경지식과 오류 가득한 뇌로 그 사람의 책을 평가한다?


이건 코미디와 같은 상황이다.



한번 생각해 보자. 여기 꿈이 변호사인 한 학생이 있다.
그 학생은 공부를 시작한 지 1년 정도가 채 안 되는 변호사 지망생이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유명 변호사가 쓴 책을 읽으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중얼댄다.


'아니 이게 말이 돼? 이 사람은 재판에 대한 잘못된 거 같은데?'
'이건 그냥 이 사람의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야. 나는 이렇게 생각하지 않아'
'이 사람의 조언은 너무 구시대적이야'


그리고 이 모습을 여러분이 바로 앞에서 보고 있다면? 어떤 기분이 들 것 같은가.

난 정말 꼴불견일 거 같다. 너무 한심해 보이고 하찮게 보일 것 같다.


그런데 바로 다름 아닌 우리가 이와 같은 짓을 스스로 벌이고 있다.


아니,,,, 사실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과거의 내가 바로 이와 같은 실수를 저질렀다.

난 책을 읽을 때나 tv속 유명인들의 인터뷰를 볼 때나 항상 '내 식대로' 평가했다.
어떤 사람의 조언이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과 기준에 반대될 때마다, 그 사람의 주장이 잘못된 이유를 마음대로 찾으면서 그 사람의 조언을 무시하고 했다.

그리고 이런 나의 모습을 보며,
남의 의견에 쉽게 휘둘리지 않는 사람.
비판적 사고를 통해 옳은 정보와 잘못된 정보를 판단할 줄 아는 사람.
이라는 말도 안 되는 허영심 가득한 명찰을 붙였다.

덕분에 책을 읽어도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책을 읽으면 뭐 하겠는가. 책에서 저자가 시키는 대로 행동하지 않고 내 입맛대로 책의 내용을 변형시켜서 나한테 적용했는데.....


결국 내 인생은 '남들의 문제점을 찾아내려다가' 제자리에 멈춰있는 인생되고 말았다. 나보다 훨씬 공부도 많이 하고 인생도 많이 산 사람들의 조언을 의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다가 그들이 가르쳐주는 것을 활용하지 못했다.


두 번 다신 이런 실수를 저지르고 싶지 않다.


이제 난 그 누구보다도 나 스스로가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기로 했다. 난 책도 조금밖에 못 읽었고, 글쓰기도 잘 못하며, 내 꿈 중에 하나인 사업도 초보자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기에 난 남들의 조언을 함부로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기로 했다.


이렇게 비판적 사고를 버린 지가 이제 갓 1년이 지나간다. 그동안의 내 인생이 '제자리에 멈춰있던 인생'이었다면 지금의 인생은 '항상 전속력으로 달리려고 노력하는 삶'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매일같이 책을 읽고 그 내용들을 활용하려고 노력한다. 유튜브나 tv 속 전문가들의 조언도 열린 마음으로 경청한다. 난 마치 스펀지와 같이 전문가들의 조언을 빨아들이고 있다.


최근에 난 '내가 이러다가 자기 계발의 괴물이 돼버리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기도 했다.

이는 장난스러운 말이 아니다.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 몇 년의 노력을 녹여낸 책의 내용을 그대로 빨아들인다면?
그리고 그렇게 받아들인 책이 100권, 200권을 넘어간다면?

 


괴물이라는 표현도 아깝지 않을 정도의 인간이 탄생하지 않겠는가?
(라는 상상을 하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