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 1년 전, '그날'은 어느 때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날이었다. 난 언제나 그랬듯이 열정이 가득한 채로 하루를 시작했다. 각종 책들을 읽고 독서록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다 오후 2시쯤에 되자 갑자기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그동안 공부했던 것들이 너무 보기 싫어졌다. 도저히 다시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가 않았다. 그렇게 내 열정은 대략 4시간 만에 재가 되어 타버렸다. 그 후에 난 '유튜브 좀 보면서 쉬다가 다시 공부하자!'라는 악마의 목소리와 손을 잡고 놀기 시작했다...
그렇다. 인정하기 싫지만 내 하루는 4시간의 공부 이후로 전부 무너졌다. 나태함과 게으름에 허덕이는 시간을 보내며 남은 하루를 낭비했다. 이런 날은 내게 그다지 특별한 날이 아니었다. 나에겐 일상과도 같은 평범한 날이었고 어느새 이런 잘못된 습관에 적응까지 해버린 나였다.
'에휴... 내가 그럼 그렇지.....'
그렇게 자괴감과 열등감으로 가득차서, '에라 모르겠다'라는 마인드로 유튜브를 보고 있었는데 한 영상에서 빌리 아일리쉬라는 가수의 모습이 보였다.
노래도 너무 잘부르고 화려한 퍼포먼스까지... 난 그 영상에서 좀처럼 눈을 때질 못했다.
'와.. 진짜 대단하다..... 아니 근데 저 사람 어디서 나이가 좀 어리다고 들은거 같은데 도대체 몇살일까?'
그렇게 네이버에 빌리 아일리쉬를 치고 생년월일을 보게 되었다.
그런데..... 그런데..... 빌리 아일리쉬는 나보다 고작 1살 많은, 더 정확히 말하자면 3개월 일찍 태어난 누나였다....!(난 2002년 3월, 빌리 아일리쉬는 2001년 12월생이다)
나는 이 순간, 그러니까 숫자 2001을 본 순간. 정말 뒤통수를 야구 배트로 맞은 것만 같았다.
'아니 나랑 3개월 차이라고? 아니 잠깐만. 이건 너무 억울한데? 난 오늘도 내 하루를 망치고 침대에 누워서 유튜브나 보고 있는 인생을 살고 있는데 저 사람은 왜 저렇게 잘난거지? 도대체 우리 둘의 차이를 만든 요인이 뭐지? 왜 나는 저 사람처럼 어린 나이에 성공할 수 없는 거야. 난 왜 이런 인생을 살아야 하지?'
그리고 이렇게 열등감이 날개를 단듯이 내 마음속에서 우러나오기 시작할 때, 내 머리속에선 하나의 말소리가 들렸다.
'열등감 많은 사람들은 매일같이 자기합리화나 해댑니다.'
어디서 들었던 것 같은 자청의 목소리였다. 자청의 목소리가 내 머리속에 떠올랐다.
자청은 한 영상에서 사람들이 '열등감으로 인한 상처를 자기합리화로 치유하려고 한다'고 말해줬다. 그래서 발전을 못하는 거라고....
내가 마침 열등감에 빠져있을 때 바로 이 자청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만약 자청의 얘기가 떠오르지 않았다면 내 열등감은 또다시 '만물재능론', '만물운빨론'에 도달했을 것이다.
'빌리 아일리쉬의 성공은 재능 때문이다. 운빨 때문이다' 라고 자기합리화하면서 나의 부족함을 정당화하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난 과거에 자청의 말을 유튜브에서 들었고 그것이 나의 무의식 속에 남아있었다.
덕분에 나의 열등감이 스멀스멀 피어오를 때, '자기합리화로 내 열등감을 감추려 하지 말자'라는 생각도 동시에 피어올랐다. 그래서 난 상황을 보다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했다. 재능과 운에 대한 얘기는 일단 뒤로 제쳐두고 나의 열등감을 분석해보기로 했다.
'빌리 아일리쉬와 나의 차이점이 무엇일까'
'난 왜 저 사람처럼 성공할 수 없는 걸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그렇게 거듭된 내 고민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물론 빌리 아일리쉬의 재능과 운도 무시할 순 없다. 분명 어느정도의 재능과 운은 성공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하지만 이 세상에서 어린 나이에 성공한 사람이 어디 빌리 아일리쉬뿐인가? 유튜브나 tv에는 어린 나이에 큰 성공을 거둔 젊은 사람들이 수두룩 빽빽하다. 언론에 소개되지 않은 사람들, 외국인들까지 고려하면 아마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 그 사람들이 전부 재능과 운만으로 성공했다? 이건 합리화에 지나지 않는다. 난 그저 그들이 노력하고 공부할 때 게임하고 놀았기 때문에 성공할 수 없었던 것이다.'
나의 열등감에 대한 성찰을 하고 나니까 내 머리속에선 그동안 내가 한번도 체험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생각'들이 떠올랐다.
바로 '나도 빨리 성공해야겠다' 라는 생각이었다.
생각해보면 그들과 나의 격차가 심각할 정도로 많이 나는 이유는 그들과 나의 과거 때문이다. 빌리 아일리쉬는 어릴 때부터 노래를 불러서 자신의 재능을 단련했지만 나는 그냥 친구들과 놀았다. 나와 빌리 아일리쉬의 시간의 질이 너무나 차이가 났기 때문에 그 결과도 차이가 날 뿐이었다.
(빌리 아일리쉬라는 사람은 그저 젊은 나이에 큰 성공을 거둔 사람의 대표격으로 말하는 것이다. 나도 노력만으로 빌리 아일리쉬처럼 엄청난 가수가 될 수 있을거란 생각은 당연히 하지 않는다. 다만 적어도 노력하고 공부하면 현재의 삶보다는 훨씬 나은, 상위 10%이내에 들어가는 삶은 충분히 살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조금만 비틀어 생각해보면 빌리 아일리쉬가 어린 나이에 열심히 노력한 것처럼, 나도 앞으로 노력하고 공부하면 어린 나이에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말이다.
과거의 나였다면 그냥 마냥 부러워했을 것이다.
'재는 재능이 넘쳐서,,,, 집안이 좋아서,,,, 부럽다..' 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던 나였다. 하지만 이 말에는 너무나 추잡한 자기합리화가 숨어있다.
'저 사람은 재능이 넘쳐서 잘된거고 나는 재능이 없어서 안된거야. 그러니까 내가 성공하지 못한 건 당연하고 저 사람이 성공한 것도 당연하지. 저런 재능을 타고나서 부럽네...' 라는 합리화가 보인다.
하지만 이제 난 완전히 다른 사고방식을 갖게 됐다. 앞으로 나의 열등감을 자극시킬 수 있을 만큼 큰 성공을 거둔 사람들을 보면 난 이런 생각을 한다.
'나랑 나이도 똑같은데 저렇게 큰 돈을 벌고 성공했네? 아.... 열 받는다. 나도 성공할 수 있는데. 나도 노력하고 공부하면 분명히 큰 성공을 거둘텐데..... 그래. 지금 이렇게 누워만 있을 순 없지. 노력하면 할 수록 내 성공은 더 빨라질 거야. 빨리 저 사람처럼 큰 성공을 거둔 사람이 되자.'
그렇게 내 열등감은 나의 성장을 이끌어주는 강한 연료가 되었다. 난 요즘에 의도적으로 나의 열등감을 자극한다.
침대에 누워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 나태함에서 허우적대고 있을 때. 난 의도적으로 내 열등감을 자극시킬 만한 충분히 성공한 사람들의 영상을 본다.
그리고 떠올린다.
'하... 열 받는다. 나도 저기 있어야 되는 사람인데. 나도 성공할 수 있는 사람인데.... 진짜 조금만 기다려라. 내가 곧 성공해서 다른 사람들앞에서 설테니까..'
그리고 몸을 움직여 책을 읽고, 운동을 한다.
난 열등감에 고통받지 않고, 오히려 이용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래서 난 요즘 열등감을 즐기면서 위로 올라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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