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글 잘쓴다!'
나는 어느날 구글에서 각종 검색을 하다가 재밌는 제목을 하고 있는 '글' 하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그 글을 읽으면서 이 사람이 글쓰기 고수라는 사실을 강력하게 느낄 수 있었다.
정말 오랜만에 읽어보는 '술술 잘 읽히는 글'이었다. 내용 자체도 너무 좋았고, 몰입감이 느껴지는 글이었다. 그렇게 난 그분의 글을 꽤 여러개 읽게 되었다.
그분은 바로 브런치에서 활동중이신 '글토닥 작가님'이다.
글토닥의 브런치
크리에이터 | 안녕하세요. ' 따뜻한 글'을 쓰는 글토닥입니다. 오늘 고된 하루를 보내셨나요? 잠시 쉬었다 가세요.
brunch.co.kr
그래서 오늘은 내가 그분께 큰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였던 '그 글'을 통해 글토닥님의 글쓰기 기술을 분석해보고자 한다. 도대체 어떤 부분이 그의 글을 매력적으로 만들어준 것인지. 다른 사람들과 이 분의 글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전부 샅샅이 분석해보겠다.
내가 글토닥님께 빠지게 된 계기가 된 글
'인간관계에 지친 INFJ라면, 꼭 이 글을 읽어주세요.' (이 글과 제 글을 화면에 같이 띄어두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인간관계에 지친 INFJ 라면, 꼭 이 글을 읽어주세요
내향인의 반란 | INFJ는 사람 만나는 걸 두려워한다. 아니 최대한 피하려고 한다. 왜 그럴까? 사람에게 기가 빨리기 때문이다. 공감 능력이 좋아 자연스럽게 상대방의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brunch.co.kr
나는 이 글을 읽고 글토닥님의 글쓰기 기술에 감탄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 글을 제목, 극초반부, 본문, 극후반부로 나눠서 분석해보고자 한다
1.제목
먼저 난 이 글의 제목을 처음 봤을 때 강한 끌림을 느꼈다. 다시 한번 봐도 정말 잘 지어진 제목이라고 생각한다. 이 글의 제목이 정말 좋은 제목이라고 말하는 이유에는 크게 3가지가 있다.
1. 일반적으로 INFJ는 인간관계에 큰 고민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자신이 'INFJ 유형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인간관계에 고민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당연히 모른 채로 인생을 살아간다. 때문에 INFJ인 사람들은 사실 INFJ는 거의 전부 인간관계에 지쳐있을 확률이 높음에도, 이 글을 보면서 '어? INFJ이면서 인간관계에 지쳐? 이거 딱 나를 위한 글이잖아?' 라고 생각할 확률이 크다. 즉 infj 성향의 사람들의 관심을 사기에 충분한 제목이라는 말이다.
2. 동시에 뒤에 붙어 있는 '꼭 이 글을 읽어주세요'라는 말은 해당 글이 인간관계에 지친 INFJ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글이라는 점을 암시한다. 때문에 인간관계에 지쳐있는 INFJ들은 자신에게 도움을 줄지도 모르는 이 글에 큰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다.
3. 만약에 이 글의 제목이
'인간관계에 쉽게 지치는 부류의 사람들을 위한 글'이었다면 이 글의 조회수가 훨씬 낮았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적절한 키워드가 없기 때문이다. 위의 제목에서 키워드라고 볼 수 있을 만한 것은 '인간관계' 정도인데 이런 것들은 전부 경쟁률이 너무 심하다. 때문에 왠만한 대형 블로그가 아닌 이상 포털 사이트 상위에 노출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INFJ'나, 'INFJ 인간관계'와 같은 키워드들은 우리나라 인구의 대략 6%을 차지하는 INFJ 성향의 사람들이 충분히 구글이나 네이버에 쳐볼만한 키워드들이다. 때문에 너무 대중적인 키워드도 아니고, 너무 소수를 위한 키워드도 아닌 적절한 경쟁률을 가지고 있는 좋은 키워드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총 3가지 이유로 이 글은 적절한 독자를 잘 겨냥했고, 그 독자들의 마음을 살만한 제목을 훌륭하게 지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단점도 있다. 이런 식으로 특정 부류의 사람들을 위한 글을 쓰는 경우엔 'INFJ가 아닌 사람들'은 이 글을 클릭할 이유가 전혀 없게 된다. 인간은 자신의 이익과 처벌에 관련이 있는 내용에만 관심을 가지는 본능을 가지고 있는 동물이다. 따라서 이 글을 선택할 독자의 수에 명백한 한계가 있다는 점이 이 제목의 유일한 단점으로 보인다.
극초반부
글을 씀에 있어서 제목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바로 글의 '극초반부'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지루함을 피하려는 본성'을 가지고 있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한번 생각해보자. 만약 어떤 글의 극초반부가 충분히 매력적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독자들은 평범하게 그지 없는 글에 지루함을 느낄 것이다. 그리고 인간의 본능에 따라 이 지루함을 피하기 위해 글 읽기를 포기하는 선택을 하게 된다.
때문에 대략 글의 3줄, 4줄 정도에 해당하는 이 부분은 독자들이 '이 글을 읽을지 말지 결정하는 부분'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 부분에서 독자들의 마음을 충분히 흔들지 못하면 독자들은 이 글을 읽는 동안 쉽게 지루함을 느끼고 해당 글을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이 극초반부에서 반드시 독자들에게 '이 글을 읽어야 하는 동기'를 심어줘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았을 때, 해당 글의 극초반부는 정말 잘 만들어져 있다고 판단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쓸데없는 설명이 전혀 없고 바로 본론부터 들어간다. - 정말 많은 사람들이 글을 쓸 때 가장 많이 실수하는 부분 중에 하나가 바로 '극 초반부에 쓸데없는 말을 한다는 것이다'. 핵심적인 내용과 가치있는 내용을 글의 중간에서 설명하기 위해, 글의 극초반부에 별로 중요하지 않은 내용을 미리 써두는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창피하지만 내가 과거에 쓴 글을 가져와봤다. (다 읽기가 너무 힘들테니 그냥 적당히만 읽어보길 바란다..)
이 글의 극초반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너무 쓸데없는 말이 많다.
내가 만약 독자였다면 이 글을 보면서 다음과 같은 생각이 들 것 같다.
'매년 새해가 되면 사람들의 목표가 쏟아져 나온다' - 누가 그걸 몰라?
'영어 공부 하기. 다이어트 하기. 책 읽기 등과 같은 목표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이런 것들은 모두 일시적으로 성취가 가능한 목표가 아닌 지속적으로 노력해야지만 성취할 수 있는 목표들이다' - 아니 누가 그걸 모르냐고?!
'다시 말해 '습관적으로 반복해야만' 의미가 있는 일들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우리들의 인생에서 단기간에 이뤄낼 수 있는 것들은 거의 없다.' - 얘는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에휴..
이렇게 쓸데없는 내용으로 극초반부를 시작하면 사람들은 쉽게 지루함을 느끼고 빠르게 글을 나가버린다. 그래서 극초반부에 '최대한 쓸데없는 말'을 줄이고 독자에게 흥미를 줄 수 있는 말을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글토닥님의 글은 이 부분을 매우 훌륭하게 만족시켰다고 볼 수 있다. 글토닥님은 'INFJ 성향을 가진 사람들의 특징'을 극초반부에서 설명해주는데 이 설명이 정말 좋았다.
왜냐하면 INFJ들이 이 부분을 봤을 때 '맞아.... 맞아..... 나 이런 사람이야....'라는 반응을 보일 만한 INFJ에 대한 구체적이고 정확한 얘기를 해주기 때문이다. 마치 점집에서 만난 점쟁이가 나의 과거와 내 성격을 맞출 때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 나랑 완전 처음보는 생판 모르는 사람이 나의 성격과 나의 과거를 다 맞출 때 우린 그 점쟁이에게 크게 관심을 보이곤 한다. 마찬가지로 INFJ 성향의 사람들은 '이 사람, 나에 대해서 왜 이렇게 잘 아는 거야?'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 글에 크게 관심을 보일 확률이 크다.
이렇게 극초반부에서 '독자들의 마음을 훔치는 과정'은 정말 정말 중요하다. 왜냐하면 아까 말했듯이 이 극초반부가 바로 독자들이 '내가 이 글을 읽어야 돼나 말아야 돼나'를 결정짓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 과정을 훌륭하게 수행했냐 아니냐에 따라 독자들의 체류시간은 극명하게 차이가 날 것이다.
본문
다음으로는 본문이다. 이 부분부터는 2번째 글 '글쓰기 공부 - 글토닥님의 글 분석하기 2'에서 다뤄보겠다.
(제가 여기서 한번 끊고 가는 이유는 순전히 여러분을 위한 것입니다. 여기까지 나온 글토닥님의 기술을 한번 정리해보고 자신의 글에 적용시켜보시길 바랍니다.)